본문 바로가기
교육학

교육공학의 개념 및 정의

by 똑똑한우주맘 2023. 5. 22.
반응형

교육공학이라는 분야의 성격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애매모호하며 무어라 한마디로 딱 잘라 규정하기 어렵다. 흔히 '교육공학(educational technology)'이라는 명칭이 '교육(education)'과 '공학(technology)'의 두 단어의 합성어라는 점에 착안하여 교육을 위해 첨단기계나 공학적인 기술을 적용하는 부야 정도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engineering과 technology의 차이를 간과한 매우 피상적이고 부정확한 시각이다. 물론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 등 공학적 기술의 발달이 교육공학이라는 분야의 탄생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공학을 단순히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국한되는 학문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체제적인 접근과 분석을 시도함으로써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고안해 나가는 과정 및 방식이라는 소프트웨어적인 이 측면이 분야의 성격을 규정짓는 데 더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공학은 순수과학과도 그 성격을 달리한다. 과학의 목적은 현상의 발견, 가설 수립, 원리의 검증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공학의 목적은 축적된 과학적 지식을 체계적이고 실용적으로 적용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문제 해결에 수반되는 도구와 과정을 향상해 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교육공학은 교육심리학이나 교육사회학, 교육철학과 같이 교육과 관련된 심리적 ・ 사회적 현상의 기초 과정이나 철학적 근본원리 등 인과관계의 발견과 고찰을 통해 주어진 현상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데 주력하는 학문이라기보다, 활용이 가능한 기계, 도구, 사람, 기술, 과정, 절차 및 아이디어를 총망라하여 교육의 효과와 효율을 높이고자 연구하는 실용적 학문 분야다. 교육공학자의 주된 임무는 문제의 진단이 아닌 그 해결책의 처방에 있다. 즉, 과학적으로 입증된 원리와 절차를 적용하여 문제를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고안 및 적용하며, 보다 생산적이고 개별화된 학습경험의 제공을 통해 교육의 효과성, 효율성, 접근성을 극대화하고자 노력하는 학문이 바로 교육공학이다.

이렇듯 교육공학의 범위와 목적이 때때로 불분명하게 느껴지는 큰 이유는 교육공학이라는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롭게 대두된, 즉 아직 역사가 짧은 비전통적 학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소 시각의 차이는 있으나, 감각적 경험을 통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600년대에 최초로 삽화를 도입한 교과서를 출판한 코메니우스(Comenius)를 교육공학 분야의 선구자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그 이후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교육공학의 성격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짓고 그에 대한 합의를 해 내고자 여러 차례에 걸쳐 당시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는 학자 및 기관에 의해 교육공학의 정의가 발표되어 왔다. 이 정의는 교수 매체의 역할에 중점을 둔 교육공학의 초기 정의로부터, 문제해결 과정으로써 교육공학을 바라본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정의, 과정 그 이상이며 이론과 실천 분야로써의 교육공학의 역할을 강조한 1990년대의 정의, 그리고 매체, 체계적 교수설계, 수행공학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분야로써 교수설계공학(instructional design and technology)으로 재명명한 최근의 정의에 이르기까지 몇 세대에 걸쳐 변화되어 왔다. 따라서 교육공학 정의의 변천을 살펴보면 교육공학이라는 분야가 어떻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면서 변모되어 왔는지가 한눈에 파악된다.

(1) 초기정의: 매체로써의 교육공학

1920년대에서 1940년대에 걸쳐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영화와 슬라이드 등의 시각 자료와 라디오, TV 등의 시청각 자료 등 각종 매체를 수업에 활발히 사용하게 되었다. 따라서 당시 교육공학의 정의는 교수 매체의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분야의 명칭 역시 현재와 같은 교수 공학(instructional technology), 교육공학(aducational technology)이 아닌 시각교육(visual instruction), 시청각교육(audiovisual instruction)으로 불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교육공학과인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공학과 역시 1963년 설립 당시에는 시청각교육과로 출발하였으며, 분야의 변화에 발맞추어 1988년 교육공학과로 개칭하였다. 즉, 초기의 교육공학은 교육적 목적을 위해 그림, 모형, 전시물, 괘도, 지도, 그래프, 슬라이드, 영화, 라디오, TV 등 가능한 모든 종류의 시청각 자료와 매체를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2)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정의: 과정으로써의 교육공학

1950년대까지 지속되어 온 이러한 매체 중심의 관점은 1963년 당시 미국교육협회(NEA) 산하의 시청각교육국(Department of Audiovisual Instruction: DAVI)이 교육공학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발표하면서 일대 변화를 겪는다. 시청각 교육국은 현 미국 교육공학회인 AECT(Association for Educational Communications and Technology)의 전신이다. 시청각 교육국은 당시의 교육공학, 즉 시청각 커뮤니케이션을 "학습 과정을 통제하는 메시지의 고안과 활용에 주로 관여하는 교육 이론과 실제의 한 분야"라고 규정하고, 특히 "시청각 커뮤니케이션의 실제적 목적은 학습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방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임을 강조하였다. 이 정의는 교육공학 분야의 권위 있는 기관에 의해 발표된 최초의 공식 정의다.

(3) 1994년 AECT의 정의: 과정 그 이상으로써의 교육공학

AECT는 1963년 최초 공식 정의를 발표한 이후, 1977년과 1994년 2회에 걸쳐 교육공학에 대한 새로운 공식 정의를 발표하였다. 1994년 AECT는 "교육공학(instructional technology)은 학습을 위한 과정과 자원의 설계, 계발, 활용, 관리, 평가에 관한 이론이자 실제다."라고 발표하였는데 교육공학 분야의 궁극적인 목표가 학습의 증진에 있다고 보았다. 또한 교사와 교수 매체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광범위한 의미에서 모두 학습을 위한 자원으로 간주하였다. 이러한 점은 이전의 정의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 특징이다. 그러나 1977년의 정의와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차이점을 보인다. 먼저 1977년의 정의에서 인간 학습 전반에 걸친 모든 문제를 교육공학에서 다루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 것과는 달리, 1994년의 정의에서는 교수학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 해결을 교육공학의 주된 목적으로 한정 짓고 있다. 이를 통해 분야의 적용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분야를 지칭하는 용어가 'educational' technology에서 'instructional' technology로 바뀌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두 용어는 이후 현재까지 교육공학을 지칭하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4) 2002년 리이서(Reiser)의 정의: 교수설계공학

1994년 AECT가 공식 정의를 발표한 후 교육공학 분야에서는 공학의 커뮤니케이션 발전에 따른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학교 교육뿐 아니라 기업교육에서도 교육공학이 활발히 적용되는 양상을 보였다. 리이서(Reiser, 2002)는 AECT의 1994년 정의가 이 분야의 최근 움직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자신의 저서에서 새로운 정의를 발표하였다. 교수설계공학(instructional design and technoloy) 분야는 학습(learning)과 수행(performance) 문제의 분석 그리고 다양한 환경, 특히 교육기관과 직장에서의 학습과 수행을 증진할 수 있는 교수적(instructional) 및 비교수적(non-instructional) 과정과 자원의 설계, 개발, 활용, 평가, 관리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 정의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이제까지 분야를 지칭하는 공식 명칭으로 사용되어 온 교육공학 또는 교수 공학 대신 '교수설계공학'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제안한 점이다. 이는 교육공학의 실질적 적용 분야를 크게 교수 매체의 적용과 체제적 교수설계의 적용이라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보고 있는 저자의 시각을 반영한다. 앞서 발표된 정의들이 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습의 증진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던 것에 비해, 리이서의 최근 정의는 이러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학습의 증진과 함께 직장에서의 수행 증진에 동등한 비중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이와 더불어 직장에서의 업무 수행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종 새로운 것을 가르치거나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교수적 처방보다, 업무에 대한 보상체계에 변화를 주거나 담당 부서를 재배치한다거나, 새로운 업무지원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의 비교수적 처방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저자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리이서의 정의는 분야의 흐름을 분석하는 저자의 시각이 지니는 대표성과 타당성으로 인해, 다른 교육공학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