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매체와 함께 교육공학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주요 분야는 교수설계다. 교수설계(instructional design)는 학습자의 지식과 기능에 원하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최적의 교수 방법을 처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교수활동의 과정과 교수 방법을 이해하고 개선하려는 분야다. 또한 교수-학습 과정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을 계획하며, 그 결과를 평가하는 체제적 절차를 의미하기도 한다. 가장 보편적인 의미의 교수설계는 의도한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과학적으로 입증된 교수-학습 이론과 원리를 적용하여 효과적인 수업이나 단원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체제적인 방법을 가리킨다. 1920년대 이전에는 과학적, 실증적 방법에 의한 원리 규명 움직임 일어났다. 교수설계 분야의 발전은 교육, 특히 학습의 원리에 관한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경험적인 지식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는 많은 동물실험을 통해 다양한 학습의 법칙을 발표한 손다이크(E. L. Thorndike)가 있었다. 그의 연구는 실험과 측정 등 실증적 방법에 의한 조사를 교수 과학(science of instruction)의 기초로 확립함으로써 교육학이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노력은 교수설계 분야의 탄생을 가능케 하였다. 1920년대에는 개별화 수업체제가 확산하였다. "학교는 사회 구성원이 요구하는 활동과 직결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하며, 성공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기능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목표를 도출해야 한다."라는 교육학자이자 교육과정 전문가인 보빗(F. Bobbitt)의 주장은 당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또한 이러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개별화 수업체제가 유행하였다. 개별화 수업(individualized instruction)이란 구체적인 학습 결과를 미리 설정하고, 학습자가 교사로부터 최소한의 지도만을 받으며 자가 교수적(self-instructional) 자료를 이용해 자신의 진도에 따라 혼자 학습해 나가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미리 잘 고안되고 개발된 학습자료가 필요하였기에 교수설계의 꾸준한 발전을 촉진하였다. 1930년대에는 행동 목표 및 형성평가의 초기 개념이 등장하였다. 대안적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8년 종단연구(The Eight Year Study)'의 결과로 행동 목표(behavioral objectives)와 형성평가(formative evaluation)의 초기 개념이 등장하였다. 즉, 교수과정을 중심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교육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며 학습의 결과로 나타나는 학생의 행동을 중심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 그리고 교육과정이 계획대로 실행되어 의도한 수준의 학생 성취도를 보이기 위해서는 목표를 준거로 한 지속적인 교수-학습의 수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9년 종단연구 과정을 통해 입증되기에 이르렀다. 1940년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과 심리학자의 역할이 증대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매체의 발전과 더불어 교육공학의 학문적 전신으로 볼 수 있는 교수 심리학(instructional psychology)의 급격한 발전을 가져왔다. 대부분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던 다수의 심리학자와 교육학자들은 전쟁 중 다양한 심리검사를 개발하여 신병들을 가장 적성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에 배치하기도 하고, 교수-학습에 관한 연구 결과를 적용한 훈련용 자료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당시 축적된 교수-학습 원리에 관한 많은 연구 결과들은 훗날 교수설계 모형의 이론적 토대를 이루었다. 1950년대에는 프로그램 학습 운동이 확산하였다.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스키너(B. F. Skinner)는 자신의 강화이론의 기본 원리를 그대로 적용한 프로그램 학습(programmed instruction)을 개발하여 전파하였다. 프로그램 학습이란 학습자가 교사의 도움 없이 혼자 습득할 수 있을 만큼의 작은 단계로 학습 내용을 나누어 제시하고, 학습자의 반응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목표에 도달하도록 고안된 학습자료다. 프로그램 학습에 대한 관심은 그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곧 사그라졌지만, 행동 목표의 분명한 진술, 작은 단위의 내용 전달, 개별 진도, 학습자의 능동적 반응을 요구한 점 등은 교수설계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또한 교수-학습에 관한 이론을 실제 적용하여 교수 자료를 개발했다는 점은 이론적인 학문 분야로써의 교육공학의 기초를 닦는 데 크게 공헌하였다. 1960년대에는 행동 목표의 상용화와 체제접근 개념이 등장하였다. 메이거(Mager, 1962)는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을 교수설계에 적용하여, 효과적인 교수 목표는 학습의 결과로 학습자들이 나타낼 수 있게 되는 행동과 이러한 행동을 어떤 상황이나 조건 아래에서 어느 수준으로 나타내야 하는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안다' '이해한다' '내면화한다' 등 객관적 관찰이 불가능한 단어를 배제하고, 이를 '쓴다' '말한다' '분석한다' '비교한다' 등 구체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용어로 대체할 것을 권장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목표 설정, 과제 분석, 준거 지향 측정에 이르는 일련의 교수활동 계획절차를 가리켜 '체제접근(systems approach)' '체제개발(systems development)' '체제적 교수(systematic instruction)' 등으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에는 교수설계 모형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학자들은 대학으로 돌아온 후 전쟁 중 축적된 연구 결과를 적용한 교수설계 모형을 속속 발표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노력은 1970년대에 이르러 가장 활발하였다. 이 시기에 존재했던 교수설계 모형은 무려 40~60개에 달한다. 1980년대에는 수행공학 운동이 등장하였다. 수행공학(performance technology)은 지식과 기능의 학습뿐 아니라 인간과 조직의 수행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체계적이고 체제적인 과정이다. 학교 교육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왔던 교육공학의 관심이 현업에서의 직무 수행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훈련이나 교육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업무 조정, 부서 재배치, 업무지원 시스템 마련, 인센티브 제공 등 비교수적 해결책을 수반하는 수행공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으며, 1990년대에 이르러 수행공학 운동이 본격화되었다. 1990년대는 인지주의에서 구성주의로, 교수적 처방에서 비교수적 처방으로 분야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옮겨 가기 시작한 시기다. 구성주의는 보다 현실적이고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학습자가 학습 과정의 주체로서 지식을 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강조한다. 또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필요성과 협동학습 등을 통한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강조함으로써 종래의 전통적인 교수설계 이론과 모형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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