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바와 같이 매우 중요한 인간사이지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조건들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의 교육은 선생과 학생이 일대일로 만나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학교와 같은 교육조직에서 일정 규모 이상을 유지하며 공식적인 방식으로 그 활동이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임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대사회에서는 학교를 짓고, 교실을 만들며, 자격을 갖춘 교원을 배치하고, 적절한 교재와 교구를 제공하면서 정해진 목표, 속도, 단계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조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교육활동의 조건을 만들고 준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교육행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육활동의 전개를 돕는 필수적 활동인 '교육행정'에 대한 관심은 교원, 학생, 학부모 등 대부분의 교육 구성원들 사이에서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행정에 대한 인식이 낮은 차원에 있을뿐더러 대체로 딱딱한 것, 권위주의적인 것, 관료적이고 권력적이라는 부정적 인상마저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행정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거꾸로 교육행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를 상정해 본다면 잘 드러난다. 만약 급팽창하는 신도시에 학교 부지가 사전에 계획되지 못해서 학교 신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면, 또는 학교 부지가 있다고 해도 교육예산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학교 건물을 짓지 못한다면 그 지역의 아이들은 당장 어떤 문제에 당면하게 될까? 자격을 갖춘 교원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한다면, 교원들의 전문성이 지속해서 증대되는 조건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교실마다 가르치는 내용과 목표가 천차만별이어서 개인과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 함양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면, 또는 학급 학생들의 연령과 준비도 차이가 지나쳐서 수업 진행이 도저히 어렵다면 우리의 교육은 어떤 모습이 될까? 더불어 학교 내의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교실이 너무 춥거나 덥거나 조명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교과서와 학습 기자재가 제때 공급되지 못한다면 등과 같이 교육활동이 치명적인 손상을 받게 될 조건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처럼 교육이 잘되도록 돕는 조건들을 적절하게 준비하고 마련하여 인간사회에서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 바로 교육행정이다. 교육철학이나 교육사 분야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길러내야 할 인간상에 관하여 탐구한다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활동, 즉 기술적 핵심 수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교수-학습 활동 분야다. 그리고 이러한 교수-학습 활동이 교육목표의 달성을 향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인적・물적・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조건을 마련하는 서비스 활동이 바로 교육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교수-학습 활동을 통해 잘 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조건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교육행정의 중요성은 교육활동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교육행정의 대두는 18~19세기 산업혁명 이후 19~20세기에 걸쳐 도래한 산업사회, 시민사회의 발달 및 도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교육행정이 전문화되고 가장 발달한 사례인 미국의 예를 들어 보면, 18세기까지는 학교가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는 사립, 그것도 종교계통의 사립으로 사적인 영역에 있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산업화가 확대되는 가운데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인구가 모이는 곳마다 학교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그에 따라 공교육(public education)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비록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버지니아주에서 제퍼슨(T. Jefferson)이 무상 초등교육제도를 제안한 이래 매사추세츠주의 만(H. Mann), 코네티컷주의 바너드(H. Barnard) 등의 노력과 결과로 각 주는 앞다투어 공교육제도의 확립을 추진하였다. 이렇게 설립된 공교육기관의 운영은 초기에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시간제로 담당하였으나 도시의 성장과 학교 구(school district)의 확대에 따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학교 구 내의 학교들을 관장할 교육감제도를 창안하게 되었다. 또 단위 학교에서도 학생 수와 학급 수가 늘어남에 따라 지도자 교사(headteacher or principal teacher)가 필요하게 되었다. 신시내티 주는 1838년에 처음으로 지도자 교사제도를 도입하였고, 1800년대 중엽에 이르면서 여러 도시에서 현재와 유사한 교장제도를 갖기 시작하였다. 교장의 직무는 초기에는 교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학생 출결 상황의 정리와 같은 사무도 수행하는 방식이었으나, 나중에는 전임직으로써 학교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업무 전반을 챙기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교장 업무와 별도로 공교육제도를 계획하고 통제하는 역할은 처음에 마을회의 같은 자치 조직이 담당했으나 차츰 지방정부의 소관으로 바뀌었다. 1826년과 1827년에 매사추세츠 의회가 별도의 교육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교육행정을 위한 자치 조직을 따로 갖게 되었는데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지방 교육자치 제도의 시발점이다. 당시 미국 각 주의 법에 따르면 여섯 가구 이상이 모여 학교 설립을 원하고 이를 뒷받침할 세금을 낼 의향이 있으면 한 학급짜리 초등학교 하나만 세우고 운영할 수 있어도 하나의 학교 구를 설치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1920년대에 학교 구는 13만 개에 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소규모 학교 구는 20세기 중엽에 이르러 효율성이 낮다는 비판과 함께 효율성을 위해 대대적인 통합을 하기 전까지 미국 교육행정 체제의 전형이 되었다. 미국의 경우 이처럼 공교육제도의 성립에 따른 실제적 필요에서 교육행정이 대두된 특징이 있다. 이처럼 서구 국가들에서는 19세기에 공교육제도의 확립과 함께 교육행정이 하나의 실제적 현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고, 20세기에는 틀이 잡힌 교육행정 활동이 전개되기에 이른다. 달리 말하면, 대체로 보아 19세기까지의 교육은 '고결한 품성과 가치관의 도야'와 같은 개인적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고 볼 수 있고, 20세기 들어서면서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교육이 사회적・공공적・조직적 성격을 강하게 가지게 됨으로써 교육행정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교육행정은 개인적 차원의 교육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사회적, 공공적 조직적 차원의 교육에 관심을 가진다. 산업사회 이후 현대 교육이 그러한 속성을 가지게 되면서 교육행정의 존재 의의가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교육행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회적, 공공적, 조직적 성격의 교육활동이다. 현대교육이 가지는 이러한 속성은 교육행정의 필요성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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