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학은 전통적으로 이론적 학문 분야보다는 실천적 응용 분야로써 보다 널리 인식되고 또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원리와 이론을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응용 분야로써의 교육공학의 성격은 '실용적 학문 분야' '실제적 전문 분야' 등 교육공학을 지칭하는 표현들에 잘 드러나 있다. 이는 교수 매체의 활용에 기원하고 있는 분야의 태생적인 특성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1994년 AECT는 교육공학의 재정의를 통해 이 분야가 '실제'이면서 동시에 '이론'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강조함으로써 분야의 학문적 정체성과 실천적 성격 사이의 균형을 꾀하고자 하였다. 교육공학의 이론과 실제 두 분야에서는 모두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나 과제 수행의 절차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다양한 모형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론 분야에서는 주요 개념의 의미 또는 개념과 개념 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개념적 모형(conceptual model)'을 주로 활용한다. 그리고 실제 분야에서는 특정한 과제를 어떤 순서 혹은 방식으로 수행해야 하는지를 묘사한 '절차적 모형(procedural model)'을 많이 활용한다. 교육공학의 실천적 측면을 가장 잘 대표하는 활동으로는 교수 매체의 선택 및 활용과 교수설계 과정의 수행의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두 가지 모두 다양한 절차적 모형에 의존하여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교수-학습 과정의 실행을 위해 어떤 교수 매체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상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느냐'를 집중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체의 소유 여부나 비용 등 현실적인 고려사항들에 의해 교수 매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학습되어야 하는 지식이나 기능의 속성과 학습자의 특성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현실적인 요인에만 좌우되거나 교수의 '감'에만 의존한 매체 선택은 학습 목표의 달성 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들 뿐 아니라 전체 교수-학습 과정을 비효율적이고 흥미 없게 만들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학습 목표, 학습자 특성, 각 매체의 기능, 프레젠테이션 시설 및 공간, 매체 자료 제작 소요 비용과 일정 및 기타 현실적 요인들에 대한 다각적인 고려를 통해 가장 적절한 교수 매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절차적 모형이 다수의 교육공학자에 의해 발표되었다. 1980년대 초에 이미 약 10개의 매체 선택 모형이 존재하였으며, 초보자의 경우 특히 이러한 모형을 활용할 때 더욱 적절한 교수 매체를 선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수 매체 활용 수업에 관한 절차적 모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하인리히(Heinich)와 동료들에 의한 ASSURE 모형이다. ASSURE 모형은 교수 매체를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할 때 학습자분석, 학습 목표 진술, 교수 방법, 매체 및 자료 선택 교수 매체와 자료 활용, 학습자의 참여 유도, 그리고 평가와 수정의 여섯 단계를 모형에서 명세화한 요인과 절차에 의해 수행하면 원하는 학습이 일어나는 것을 '보장(assure)'해 준다는 의미를 가진다. 교수 매체와 자료 활용단계에서는 교수로 하여금 '5P 원칙'을 따르도록 조언하고 있다. 5P 원칙이란 수업에 사용하고자 하는 매체 자료를 미리 확인하고, 계획한 수업 활동에 알맞게 순서를 조정하거나 자료의 부분적인 제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체 자료를 준비하며, 매체의 활용이 이루어질 환경을 준비하고, 매체 활용 수업의 주제와 내용, 주의 집중의 필요성에 대해 학습자들을 준비시킨 다음, 비로소 교수 매체를 활용한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ASSURE 모형은 또한 학습자의 참여 유도 단계를 명시하여 시청각 매체의 활용으로 인해 자칫 수동적으로 되기 쉬운 학습자들을 적극적으로 교수-학습 과정에 참여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평가와 수정 단계에서는 매체 활용 수업이 종료되면 반드시 학습자의 성취도 및 사용된 교수 방법과 교수 매체의 효과를 평가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평가의 결과를 지속해서 수정 작업에 반영하여 향후 매체 수업의 효과성과 효율성의 증진을 도모하도록 역설하고 있다. 하인리히 등의 ASSURE 모형은 일선 학교나 훈련 현장에서 교수 매체를 활용한 수업 상황을 전제로 개발된 실천적인 모형이다. 교육공학의 실천 분야로 교수 매체와 유사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수설계 활동이다. 교수설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론과 모형을 개발하는 행위는 교육공학의 이론 분야에 속하지만, 특정 학습 목표를 염두에 두고 선택한 교수설계 모형이나 절차에 따라 실제로 교수-학습 과정을 설계해 나가는 활동은 실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앤드루스와 굿슨(Andrews & Goodson, 1995)에 따르면 1970년대에 이미 40개 이상의 교수설계 모형이 존재하였다. 그중 현재까지도 가장 실용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이론 및 모형으로는 가네의 교수설계 원리와 딕과 캐리의 교수설계 모형을 꼽을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교수설계 모형과 절차를 분석하면 거의 모든 모형에서 분석, 설계, 개발, 실행, 평가라는 공통적인 주요 요소가 드러나게 되는데, 이를 가리켜 ADDIE 교수설계 핵심 요소라고 부른다. ADDIE가 모든 교수설계 활동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핵심 요소를 나타내 주는 반면, 딕과 캐리의 모형은 모다 구체적으로 교수설계의 단계와 단계 간 관계, 또한 단계별 유의 사항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고 있어, 학교와 기업 양 분야에서 모두 가장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교수설계 모형이다. 딕과 캐리의 교수설계 모형은 모두 열 가지의 유기적인 활동 또는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형성평가의 결과를 이전에 수행된 모든 교수설계 단계에 지속해서 반영할 수 있는 '수정'이라는 피드백 루프를 도입하여 체제접근에 의한 교수설계를 실현하고 있다. 딕과 캐리 모형에 의한 교수설계의 첫 단계는 교수 목표 설정이다. 교수-학습 활동이 종료되었을 때 학습자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려를 통해 교수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설정된 교수 목표는 교수 프로그램 종료 시에 나타나는 최종 행동을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그 단위가 비교적 큰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교사라면 학생들이 '나눗셈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교수 목표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교수 목표 분석단계에서는 앞서 설정한 교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학습자들이 수행해야 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계획된 교수 프로그램이 실시되기 전 학습자들이 이미 갖추고 있어야 하는 초기행동을 판별함과 동시에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하위 기능 및 지식을 도출해 내게 된다. 위에 예로 든 초등학교 교수 목표의 경우, 학생들이 나눗셈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덧셈, 뺄셈, 곱셈의 기본연산 기능을 초기행동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나눗셈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최종 목표는 다시 '한 자릿수끼리 나눌 수 있다.' '두 자릿수를 한 자릿수로 나눌 수 있다.' '세 자릿수 이상의 수를 한 자릿수로 나눌 수 있다.' '세 자릿수 이상의 수를 두 자릿수 이상의 수로 나눌 수 있다.' 등으로 보다 상세히 분석될 수 있으며, 같은 '두 자릿수를 한 자릿수로 나누는' 문제라 하더라도 나머지가 있는 문제인지 없는 문제인지에 따라 다시 난이도를 구분할 수 있다. 교수 목표 분석과 더불어, 학습자 및 환경 분석을 통해 학습자의 현재 기능 및 지식수준, 선호도, 학습 태도 등과 교수 프로그램이 실시되는 학습환경에 대해 분석하게 된다. 이 두 단계에서 얻어지는 분석 결과는 추후 교수전략의 수립을 위해 매우 요긴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앞선 세 단계가 주로 분석 활동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분석 결과에 의해 본격적인 수행목표 진술이 이루어지게 된다. 즉, 이는 교수 목표 분석 결과를 판별된 하위 기능 각각을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목표를 수립하는 단계다. 수행목표 진술에 이어 평가도구 개발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전의 대부분의 모형에서 평가와 측정이 주로 교수설계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이루어진 것과 달리, 딕과 캐리 모형에서는 수행목표 진술의 바로 다음 단계로 평가도구 개발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교수 목표-수행목표-평가도구에 이르는 세 단계의 일관성을 보다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처방으로, 교수 목표 분석단계에서 판별된 각각의 하위 기능에 대한 개별적인 행동 목표의 수립 및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그리고 해당 하위 기능의 속성을 잘 반영한 적절한 형태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앞의 다섯 단계의 결과를 토대로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되는 교수전략을 개발하고, 수립된 교수전략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교수 자료를 선택하고 개발하게 된다. 그러나 교수전략과 교수 자료가 결정되었다고 해서 교수설계 작업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교수설계 과정을 체제적인 접근으로 만드는 데 가장 결정적인 단계는 바로 형성평가 설계 및 실시, 그리고 형성평가의 결과를 반영한 프로그램 수정이다. 형성평가는 개발 중인 교수 자료나 교수 프로그램의 질 향상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교수 자료나 교수 프로그램을 대상 학습자 집단에 미리 실시해 봄으로써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수정에 반영하게 된다. 형성평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는 특징을 지니는데, 수정 작업의 초기에는 소수 개개인 학습자의 학습 과정을 관찰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교수 자료의 질이나 교수 프로그램의 효과에 관한 사후 인터뷰를 실시함으로써 수정을 위한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어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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