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육과 교육행정은 1945년 해방 후 미군정을 거치는 가운데 학교 제도 등 교육의 제반 여건이 마련됨으로써 다분히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우리의 근대교육 역사가 100년을 훨씬 넘기고 있지만, 일본 식민지하에서의 일본식 교육과 달리 현재의 교육은 여러 면에서 미국의 방식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교육행정에서도 학교장제도 같은 것은 일본식 교육제도에서도 존재한 것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교육행정 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교육자치제도'나 주요 행정 활동인 '장학' 같은 것은 미국 제도를 그대로 수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행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교육행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의 교육행정은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실제적 필요를 가지고 출발한 서비스 활동이었고 현재도 그와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교육행정이란 의문의 여지 없이 공교육제도의 확대에 따른 교육활동의 실제를 돕는 서비스의 관점에서 파악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서구 국가에서는 민주주의와 산업화, 도시화, 공교육제도 확립, 공교육제도의 효과적 운영을 위한 실제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도식으로 교육행정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행정이라는 의미의 administration은 'ad(to) + minister(serve)'를 어원으로 '봉사(service)'라는 말에서 나온바, 본질적으로 봉사 또는 지원 활동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행정의 서구적 개념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교육 구성원들이 지각하는 교육행정의 개념은 매우 복합적이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 근대교육이 시작되어 일본식 교육행정의 양태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해방 이후 미국식 교육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양자가 복합적으로, 때로는 뒤틀린 형국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교육행정의 속성을 다각적인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고 그에 따라 다수의 정의가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행정의 정의는 대게 다섯 가지 정도로 나뉘어 언급되곤 한다. 우선 먼저 미국 교육행정의 개념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육이 잘될 수 있도록 필요한 인적, 물적 조건을 정비하고 확립시켜 주는 지원활동이라는 관점의 정의가 있는데 이를 '조건 정비적 정의'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행정 교과서에서 여러 정의를 소개하면서도 종국적으로 선호하는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교육행정은 교육의 실제적 필요에 의해 기능적으로 수행되는 활동이며 행정은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교육행정은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을 돕기 위해 있는 것이며, 교육행정가는 교수-학습 활동을 돕는 봉사자다. 이 입장을 주창하는 대표적인 미국 학자로는 몰먼(A. B. Moehlman), 리더(W. G. Reeder), 캠벨(R. F. Campbell) 등을 꼽을 수 있다. '법규 해석적 정의'는 국가 통치 작용을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누고 그중 행정에서 외무, 내무, 국방 등과 같은 한 분야가 교육행정이라는 관점이다. 교육행정이 교육에 관한 법규를 해석하고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행정의 전문성이나 독자성, 특수성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현재 교육부, 교육청, 단위 학교 서무실 등에서 일반직 공무원이 교육행정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이는 일본식 제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 실현설'은 공권력을 가진 국가기관이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으로 교육행정을 보는 입장이다. 이 정의에서는 교육목표가 국가권력에 의해 지지가 된 이념이기 때문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공권력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함께 고려하는 입장이어서 정치 또는 입법이 정책을 결정하고 행정은 거기서 결정된 정책을 집행한다는 이른바 정치・행정 이원론을 부정한다. 공권력을 행정의 성립 요소로 본다는 점에서 사기업 행정과 차이가 있고, 교육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수단적・봉사적 작용으로 보는 관점과도 구별된다. '행정행위설'은 교육행정을 '교육조직의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 협동행위'로 보는 관점이다. 여기서 조직이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한 체계적인 활동이 일정 기간 지속해서 전개되는 인간들의 집합체'이고, 합리적 협동행위란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하여 노력, 시간, 비용을 최소로 들여서 최대의 효과를 내도록 두 사람 이상이 힘을 합하고 조정하는 작용'이다. 행정행위설은 행정 대상의 특수성보다는 공통점을 강조하는 입장을 가지며, 그동안 교육행정이 지나치게 '교육'만을 강조하고 '행정'으로써의 성격을 간과해 왔다는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교육행정 과정론'은 행정가가 하는 일, 즉 행정이 진행되는 과정과 경로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행정을 정의하는 것이다. 1916년에 페이욜(H. Fayol)이 계획(to plan), 조직(to organize), 명령(to command), 조정(to coordinate), 통제(to control)라는 일반행정의 다섯 가지 과정을 주장한 이래 수많은 이론이 나왔다. 그리고 1950년대 이후 시어서(I. B. Sears)는 교육행정에 이를 도입하여 기획(planning), 조직(organizing), 지시(directing), 조정(coordination), 통제(controlling)로 교육행정의 과정을 구분하였다. 이후 용어와 강조점에 차이를 둔 다양한 교육행정 과정론이 제안됨으로써 교육행정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행정에 관한 다양한 시각들을 비교해 보면, 우선 조건 정비적 정의와 법규 해석적 정의는 매우 대조적인 측면이 있다. 조건 정비적 정의가 '교육을 위한 행정'과 지방분권적, 자율적 특성을 강조한다면, 법규 해석적 정의는 '교육에 관한 행정'과 중앙집권적, 관료 통제적, 권력적, 강제적 요소에 초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법규 해석적 정의와 행정행위설은 교육행정을 일반행정의 한 유형으로 본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법규 해석적 정의가 권력적 강제성을 강조하는 반면에 행정행위설은 합리적 협동행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행정행위설은 교육조직의 목적 달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조건 정비적 정의와 공존할 수 있는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행정 실제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이상의 정의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느 유형의 행정에서나 교육행정 과정론의 속성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고,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 수준에서의 교육행정은 정책 실현설에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지역 교육청이나 단위 학교 서무실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행정일수록 법규 해석적 정의의 단면이 강해 보인다. 조건 정비적 정의나 행정행위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교육행정은 교육부에서 단위 학교에 이르기까지 단계를 막론하고 일정 부분 그 속성을 가지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어 앞으로 적극적으로 강화되어야 할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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