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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

현대 교육철학의 탐구 주제1

by 똑똑한우주맘 202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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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를 거치면서 롤즈 중심의 정치적 자유주의에 대한 공동체주의의 비판이 영미 정치 철학계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한편, 영미 교육 철학계에서도 당시 지배적이던 정치적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자유주의 교육이 가정하는 자아관과 사회적 정의의 개념에 대한 비판이 일기 시작한다. 자유주의 교육이 이상으로 삼는 인간은 자신의 욕망과 신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독립적이며 합리적인 마음의 소유자로서,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체성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아를 기초로 한다. 후기 마르크스주의 사회철학자인 매킨타이어(A. Macintyre)와 헤겔주의자인 테일러(C. Taylor) 등에 의해 대표되는 공동체주의자들은 이러한 자아관이 욕망 추구에 일차적 관심을 가지는 권리 중심의 원자적 자아관이라고 비판하며, 공동의 목적과 관심을 가진 공동체에 참가하는 시민적 역할을 자아 형성의 핵심으로 보는 자아관을 옹호한다. 즉, 우리 자신의 정체성은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속한 사회 속에서 우리가 수행하는 역할에 의해 부분적으로 규정되고, 그런 만큼 그 사회가 추구하는 도덕적 목적과 관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우리의 자아가 자유롭고 독립적인 추상적 자아라기보다는 특정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세계 속에 위치 지어져 있는 구체적 자아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논쟁은 서구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주변화된 비주류 소수집단이 자신의 사회적 불만을 표현하게 하고 문화적 열등감을 극복하게 하는 이론적 계기가 된다. 즉,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서구 주류문화에의 동화라는 학교 교육의 목적에 대하여 그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게 하고 문화적, 언어적 차이와 다양성을 허용하도록 요구하여 타 문화, 특히 소수 문화의 이해를 돕는 교육을 교과 내용의 일부로 도입하도록 주장하는 다문화주의 교육이론이 등장하게 된다. 지금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영미 교육 철학계의 교육적 담론을 지배하고 많은 논쟁과 문헌들을 양산하였던 다문화주의 교육 이론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학생들에게 자신이 속한 문화의 고유한 가치와 신념을 습득하도록 하고 그 문화가 이를 인정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정의 정치학(politics of recognition)'을 그 이념적 기초로 한다. 그러나 이 '인정의 정치학'은 상호 인정을 통한 사회 전체의 연대감을 향상하기보다는 각 집단의 정치적 정체성을 강화해 집단 간 당파심과 적개심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한편,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논쟁이 한국의 교육 철학계에 시사하는 것도 많다. 서구의 근대적 합리주의 교육이론을 일방적으로 좇아온 기존의 학문적 경향을 반성하게 하고, 교육의 목표로써 우리 사회와 문화에 맞는 합리성과 자율성의 개념을 재구성하도록 하며, 우리의 전통적 교육철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더불어 우리의 사회적 맥락에 맞는 교육이론의 개발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도덕교육의 방법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른바 '가치 명료화' '인지 발달적 접근' '가치분석' 등의 합리적 도덕교육 방법이 대두하였다. 구체적인 전통적 덕목을 전수하려는 시도들은 도덕적 교화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고,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합리적 논의나 학생들의 판단력 신장이 도덕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도덕적 추론 능력에 의해 도덕성의 발달 정도를 규정하는 콜버그(L. Kohlberg)의 도덕 발달 이론에 의해 더욱 공고화되어, 도덕교육의 목적이 도덕적 추론 능력을 핵심으로 하는 도덕적 자율성의 개발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여성 심리학자 길리건(C. Gilligan)은 남성과 여성은 도덕적 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목소리를 지향한다고 주장하고, 공동체주의와 맥을 같이하는 신 아리스토텔레스 주의자들은 합리주의적 도덕교육이 기반으로 하는 '정당함' 중심의 칸트 윤리학을 비판하고 '선(the good)' 중심의 덕 윤리를 재조명한다. 길리건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도덕적 언어와 사고를 한다. 남성들은 사회적 관계를 위계적 질서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며 권리의 도덕성에 비중을 두지만, 여성은 인간 관계적 연관성, 따뜻한 배려, 민감성, 타인에 대한 책임을 소중히 여긴다. 한편, 덕 윤리학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구체적 상황이 요구하는 덕목을 습관화하지 않고서는 어린아이들이 성장하여 성숙한 도덕적 숙고나 판단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이들 모두는 합리적 추론 능력 중심의 도덕적 판단력 교육을 일차적으로 보는 인지적 접근의 도덕교육 모델에 반대하면서 도덕교육의 대안적 모델을 위한 길을 연다. 길리건에 이어 교육철학자 나딩즈(N. Noddings)는 도덕적 판단은 반드시 보편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성의 윤리를 '원칙의 윤리'로 부르고, 도덕적 판단보다는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같이 공감하고 수용하며 상대의 필요에 응하려는 여성의 윤리를 '배려의 윤리(ethic of caring)'로 부르며 후자의 교육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한편, 리코나(T Lickona)는 덕 윤리학자들의 이론을 받아들여 도덕교육에서 특정 덕목이나 가치를 직접 가르치는 것을 강조하는 인격교육(character education)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의 도덕교육 이론은 전통적인 인격교육의 완전한 부활을 주장하는 복고적인 입장이기보다는 인지발달 이론과 전통적인 인격교육의 장점들을 상호 보완하여 통합적인 이론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도덕교육 이론가들도 서구의 다양한 도덕 교육 이론을 보다 자기 의식적으로 수용하기 위하여 한국의 윤리 사상에 대한 이론적 이해와 교육적 활용 가능성에 눈을 돌리는 등 새로운 이론적 시도에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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