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교육이 개인의 인격적 통합과 성숙에 관심을 가진다면, 시민교육은 서로 다른 인종적, 문화적, 종교적, 성적, 정치적 배경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적, 개인적 이해관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 사회 내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과 가치의 교육에 관심을 가진다. 고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세계 각지로부터 유입된 이민자 문제와 원자적 개인주의가 지배적이던 1980년대 미국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기초로써 합의에 따라 지지가 될 수 있는 공동의 신념, 즉 '공공성'의 개념과 그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버츠(R. F. Butts)와 같이 강한 정치적 자유주의 입장을 취하는 이들은 정의, 평등, 권위, 참여, 자유, 다양성, 프라이버시, 정당한 절차에 의한 재판, 인권 등 자유주의적 이상이 '공공성'을 구성한다고 생각한다. 이해 반해 매킨타이어와 같은 공동체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의 이러한 이상은 추상적인 유령일 뿐, 합의할 수 있는 합법성의 척도를 가지는 교육받은 진정한 의미의 공중은 서구 사회에서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비관론을 편다. 다른 한편, 지루(H. Giroux)와 같은 신마르크스주의자들은 국가가 주도하는 오늘날의 학교 교육은 권력, 역사, 정체성의 관계망 속에서 공과 사, 사회적 관심과 개인적 관심이 정치적으로 경합하는 장인 동시에, 연대와 공동생활이 가능하다는 신념에 기초한다면 대화와 실천의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공적 영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시민교육에 대한 연구에서는 공교육을 통한 시민교육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좋은 삶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신념과 가치관을 유지하고 자유롭게 추구하면서도 좋은 삶에 대한 다른 개념과 견해를 가진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정치적, 시민적 가치와 덕목이 무엇인지 밝히고 그것을 갖추게 하는 것이 바로 시민교육의 과제라는 것이다. 이것을 '정치적 문해(political literacy)'라고 부르며 이를 위한 민주 시민적 덕목으로 관용, 차이에 대한 민감성, 사회적 책임감 등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덕목이 어떻게 길러질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 대한 개념적 구분의 문제, 시민교육과 도덕교육의 경계와 관계에 대한 문제 등이 시민교육과 관련된 연구의 핵심 쟁점이다. 우리나라에도 공교육제도의 이념적 근거에 대한 연구나 공교육 체제하에서 국가 이데올로기에 대항하여 학교 교육이 지닐 수 있는 상대적 자율성에 대한 문제 등을 다룬 이론적 연구물들이 있다. 그러나 문화적 다양성과 이질성 및 정치적 갈등과 분쟁이 증가 일로에 있는 우리의 사회적 상황을 고려할 때 시민교육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연구는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므로 이 분야의 외국 연구물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이 많다. 1980년대 이래로 유럽 철학은 영미의 철학과 교육철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유럽 철학의 최근 경향은 보편적 계몽주의와 합리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근대성의 위기를 첨예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은 윤리학에서 합리주의적 도덕관에 대한 회의로, 인식론에서 정초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이 흐름은 과학적 패러다임과 기술적 합리성에 기초한 교육이론의 합법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교육이론이 교육 실천과 맺는 관계의 성격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였다. 이것은 많은 교육철학자로 하여금 교육 실제와의 관련하에서 교육철학의 학문적 역할과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하게 하였다. 그 고민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보편주의의 몰락과 함께 이론은 더 이상 보편적인 타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교육과 교육 철학에서 '실천'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특히 교육 실제에 교육이론이 필요하다면 교육이론은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형성되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포함된다. 이에 대한 답을 위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해석학적 전통이 유용한 이론적 자원이 된다. 즉, 교육은 전통에 의해 매개된, 그 자체로 내적인 합리성과 자율성을 지니는 하나의 실천적 전통으로써 교육과학이 생산한 외적 이론에 의해 안내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에서의 실천적 행동은 이제 고도의 일반화를 특수 상황에 적용하는 기술적 합리성 모델이 아니라 교육 실천의 전통에 내재한 실천적 이성에 의해 안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론 생산 중심의 기술적, 절차적 합리성에 기초한 기존의 교육학 연구에 대한 총체적 비판과 더불어 교육 연구에서 '사회적 실제(practice)'와 '실천적 이성(phronesis)'을 강조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러한 교육 연구의 경향은 현장성을 강조하고 교육 실천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교사 교육에 대한 관심, 실천적 이성인 프로네시스(phronesis)에 대한 개념적 분석과 그것의 교육적 의의에 관한 연구, 교육이론과 교육 실천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재조명, 교육철학에서 교육이론의 한계와 역할에 대한 논쟁 등을 낳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실제'의 개념과 관련된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 연구는 주로 이론적 지식 중심의 주지주의적 교육론에 대한 대안적 모델을 찾는 데에 집중한다. 더불어 교육이론과 교육 실천 간의 관계라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의 이론적 관심과 연구 또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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