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근본적 요소인 교과(학문), 학습자(개인), 사회를 중심으로 하여 정의하거나 혹은 양자가 겹치거나 삼자가 종합되는 지점을 정의의 주체나 내용으로 하여 정의한다. 교육의 진행 과정을 따라 교육과정 실행을 위한 내용과 활동의 '계획(plan)', 학생과 교사가 만나서 상호작용하는 '과정(process)', 교육적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들에게 최종적으로 길러지는 '결과(product)'를 중시하는 입장과 이를 보다 '종합적'으로 정의하려는 입장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당위적 가치판단을 중심으로 하는 규범적 정의, 사전에 따른 약정적 정의, 보다 구체적인 측정을 위한 조작적 정의, 교육과정을 다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기능적 정의로 나누게 된다. 또한 종합적으로 정의하거나 공통적인 현상에 주목하는 경우도 있다. 곽병선은 교육과정의 다섯 가지 속성으로 계획, 교육적 성취, 문화 내용, 교육과정의 제시 형태, 유효성을 든다. 그는 교육과정을 "학습자에게 교육적 성취를 의도하여 학교에서 유효할 수 있도록 지식, 사고의 양식, 경험 등 문화 내용을 재구성한 모든 수준의 계획"으로 정의한 바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아예 정의하려는 의도를 멈추고 교육과정의 현상과 이미지를 다른 현상에 빗대어 비유해 보는 것이다. 클리버드(Kliebard, 1987)는 교육과정 문헌과 실제에서 발견되는 세 가지 특징을 들어 교육과정을 공장의 생산, 식물의 성장, 여행의 여정에 비유하고 있다. 현실의 교육과정은 다양한 모양새를 띤다. 가장 큰 구분은 공식화(명시성) 정도에 따른 공식적 교육과정, 잠재적 교육과정, 영 교육과정이다. 잠재적 교육과정이나 영 교육과정이 계획하거나 실천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는 공식적 교육과정에 대한 것이다. 국가 교육과정 기준을 담은 문서, 시・도 교육청의 교육과정 지침, 지역 교육청의 장학 자료, 교과서를 비롯한 수업용 교재, 학교 교육과정 운영계획, 교사의 수업계획, 실시된 수업, 특별활동 등은 교육적 목적과 목표에 따라 분명하게 의도되고 계획된 공식적(official), 가시적(explicit), 표면적(overt) 교육과정이다. 빙산에 비유하면 물 위로 나온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교과서에 제시된 내용이면서 교사들이 수업을 통해 표현한 것이 공식적 교육과정의 전형적인 예다. 공식적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경험됨으로써 그 소임을 다하나 필연적으로 부산물을 낳는다. 즉, 공식적 교육과정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잠재적 교육과정과 가르쳐지지 않고 소홀히 취급되고 금기시되는 영 교육과정이 그것이다. 잠재적(latent, hidden, implicit) 교육과정은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의 공식적 교육과정에서 의도・계획하지 않았으나 수업 또는 학교의 관행으로 학생들이 은연중에 배우는 가치, 태도, 행동양식과 같이 교육 결과로써 경험된 교육과정이다. 이 교육과정은 의도를 가지고 계획하거나 공식적으로 실천하기보다 우리가 흔히 비교육적・반교육적이라고 칭하는 잘못된 교육의 결과이기 쉽다. 잠재적 교육과정은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공식적 교육과정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의 교육에서 통용되는 상과 벌, 장려와 억제, 사회적 관행, 문화적 편견, 인간적 차별, 물리적 배치 등은 잠재적 교육과정을 형성하는 주된 근원이다. 영(null)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소홀히 하거나 공식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지식, 사고 양식, 가치, 태도, 행동양식, 교과 등으로써 학습자들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교육과정이 선택의 결과 포함과 배제의 산물이기 때문에 영 교육과정은 공식적 교육과정의 필연적 산물이다. 영 교육과정은 소극적 의미에서 보면 학생들이 공식적 교육과정을 배우는 동안 놓치게 되는 '기회 학습' 내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적극적 의미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특정 지식, 가치, 행동양식을 배제하여(excluded) 아예 접할 수 없도록 지워 버린(nullified)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 교육과정은 특정 정치(이념), 경제, 문화(종교) 세력들에 의해 금기시된 것들이므로 새로운 교육과정 내용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아이스너(Eisner, 1985)는 영 교육과정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공식적 교육과정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교육과정이 어떤 형태인지를 물을 때,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나는 교육과정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과정의 전모나 실체는 교육과정의 시공간적인 특성을 잘 표현함으로써 드러날 수 있다. 즉, 공식적 교육과정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의 '존립 수준', 그것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의 '구성 영역', 그것은 어떤 상태인가에 대한 '변화단계'의 3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교육과정은 존립 수준 4개, 구성 영역 3개, 변화단계 5개가 교차하여 이루는 60개의 개별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은 독립적으로 혹은 상호작용하면서 교육과정의 모습을 이룬다. 여기에도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잠재적 교육과정이 뒤따르고, 이렇게 그은 선의 바깥에는 영 교육과정이 어디엔가 묻혀 있다. 또한 교육과정의 실체를 둘러싸고 있는 것 중에는 법, 제도, 재정, 행정 등과 같은 공식적 '존립 환경'도 있고, 전통, 문화, 관습, 풍토와 같은 비공식적 '존립 환경'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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