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학교, 사회교육 기관, 평생학습 기관, 사회시민단체(NGO) 등 기관의(institutional) 교육과정이지만, 좁게 보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 결정과 계획 및 실천의 산물이 학교 교육과정(school curriculum)이다. 기업의 교육과정은 직무 수행 역량과 전문지식 관련 직업교육을 주로 한다. 학교가 어느 정도 독립적 기관이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은 실질적인 교육과정이며 교육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교육과정 하면 특정 학교급의 교육과정을 연상하게 된다. 교육과정 결정의 분권화를 이룬 나라에서 발달한 SBCD(School-Based Curriculum Development)는 학교 교육과정의 융성을 대표하는 표현이다. 교육과정은 학교를 중심으로 크게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학교 교육과정은 학교의 전통, 학교장의 교육철학, 학교 교훈이나 목표에 따라 특성화된 프로그램이 가미된다. 다른 학교와 달리 특정 학교의 문화, 풍토, 프로그램이 독특하여 그 학교를 거쳐 나온 학생들이 독특한 경험을 통해 독특한 품성과 능력을 익혔다면, 그 학교는 그 나름의 학교 교육과정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으로, 교사 개인의 교육과정이나 개별 강좌의 교육과정에 해당한다. 특히 학교의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개인적・집단적으로 결정하여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교실 교육과정이다. 대학의 교수, 사회교육 기관의 전문 강사나 컨설턴트들은 나름의 개인별・강좌별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다. 학교보다 좁은 범위의 학년, 학급 교사, 학생의 교육과정도 이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담임 지도제가 이루어지는 초등학교 교실, 교과별 교실이 있고 교과교사 모임이 활발한 중등학교 교실에서는 교실 교육과정을 찾아볼 수 있다. 개인 교수나 교실 교육과정은 교육이 펼쳐지는, 실질적인 실천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만들어지는(emerging) 교육과정이다. 최근 일부 교육 과정학자들이 중시하는, 교사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면서 체득한 지식(personal practical knowledge)은 이 수준의 교육과정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실 수준 교육과정은 교과 수업과 겹치고, 전체 교육과정의 일부가 되므로 온전한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없다. 일정한 지역에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결정되는 교육과정(local curriculum)이다. 연방국이나 지방분권적인 정책을 취하는 나라에서, 교육에 대한 의무와 권한이 중앙 정부에 있지 않고 지역에 있는 나라에서 지역 교육 과정을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레지오 에밀리아시의 유아교육 프로그램이나 다인종, 다언어, 다문화를 가진 캘리포니아주의 교육과정도 지역적 특색을 잘 드러내고 있다. 캐스웰과 캠벨(Caswell & Campbell, 1935)의 교육과정 개발은 주로 주와 시 수준의 학교를 위한 교육과정 개발을 말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교육과정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각 시・도 교육청에서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을 마련하고, 시・군・구 교육청에서는 교육과정 장학 자료를 마련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돕는다. 학교 입장에서는 국가, 광역, 지역 등 학교 밖에서 만들어지는 교육과정 기준이 여러 가지면 오히려 혼란을 겪기 때문에, 교육청이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는 지원을 수행하면 도움이 된다. 교육과정 역사에서 볼 때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등장한 것은 근대 국민국가(nation state) 형성 이후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다시 세계 보편 교육과정이 등장함에 따라 국가 교육과정의 역사는 매우 짧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국가의 국가 교육과정은 서구에서는 16세기 말부터,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 말부터 도입되어, 자국의 언어로 자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강조하여 국민적 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형성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는 국민국가의 부국강병을 위한 정신적 기반으로 인식되어 왔다. 국가는 국민교육의 보편성과 통일성, 기회균등, 일정 수준의 교육 질 유지, 국가 간 경쟁우위의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써 국가 교육과정을 강조한다. 특히 국민 보통교육으로 규정되는 초등교육의 경우 많은 나라에서 의무교육으로 공통 필수 교육과정을 취하고 있다. 최근의 복지국가들은 시민의 학습권 차원에서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 교육의 결과나 높은 품질을 확보하기 위하여 교육과정 기준을 수립하고 있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국가 교육과정은 지역 이하의 문제나 쟁점보다 국가 이상의 문제나 쟁점을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같이 학교 교육의 입학, 졸업, 자격, 면허, 진급 등은 표준화하려는 지역(regional) 공동의 교육과정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인류 보편적인 지식, 가치, 행동양식을 추구하는 교육과정이다. 실제로 교육과정을 이루는 내용을 보면 교육의 표현 및 전달 용어만 자국어일 뿐 세계 공통성과 보편성을 띤 것이 적지 않다. 일찍부터 수학, 과학을 비롯하여 적지 않은 교과들이 세계 공통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대학 교육에서도 건축설계, 공학교육 분야에서 세계 공통 교육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중등학교 수준에서도 국제학교에서 주로 채택하는 세계 공통의 중등학교 졸업 자격인정 프로그램(International Baccalaureate Program)과 시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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