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사회이동에서 특히 우리의 관심사는 교육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 상승이동 과정에서 학교 교육이 얼마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지위획득 모형 연구의 선구적 연구는 블로와 던컨(Blau & Duncan, 1967)의 '미국 직업구조'다. 그들이 지위획득 연구에서 밝히고자 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출생조건은 이후의 지위에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인생 주기의 한 단계에서 획득된 지위는 그것이 대물림받은 것이든 자신이 성취한 것이든 간에 다음 단계의 성공 가능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그들은 직업 지위 획득을 결정하는 결정변수를 아버지의 교육, 아버지의 직업, 본인의 교육, 본인의 첫 번째 직업 경험의 네 가지로 파악하였다.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본인이 받은 교육과 초기의 직접경험은 자신의 직업적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영향력은 배경 요인보다 더 강하였다. 블로와 던컨의 연구모형에서 유의할 점은 그것의 설명력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식의 현재 직업은 모형 내의 변인들에 의해 43%만이 설명되고 있을 따름이다. 블로와 던컨은 그들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현대 산업사회는 '배타주의'에서 '보편주의'로 변화되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자식의 배경 요인보다 자식의 교육 수준이 직업 획득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그것이 업적 주의로의 변화를 증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회경제적 지위의 세습이 교육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적 주의로의 변화를 증명하려면 표본집단을 계급별로 나누고, 특히 하층계급 출신에 있어 교육 수준이 지위 획득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사실 그들이 주장하는 산업사회의 변화가 일어났다면 부모와 자식의 직업적 지위 간의 상관관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그 같은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지위획득 모형을 우리나라에 적용한 차종천(1992)의 연구 결과를 보면 배경 요인과 본인 요인에 의해 현재의 직업성취를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39%로 오히려 미국보다 더 낮다. 이 모형에서 흥미로운 것은 아버지의 교육과 아버지의 직업의 상관계수가 낮은 편이라는 사실이다. 즉, 아버지의 교육 수준과 직업은 그렇게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스웰(Sewell)과 동료들은 가족의 배경이 어떻게 교육 및 직업적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고자 하였다. 그들은 블로와 던컨의 모형에 사회심리적 변수를 추가하였다. 특히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교육과 직업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의미 있는 타인'에 초점을 두었다. 그들의 연구 결과에서는 부모의 격려가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 및 능력과 교육포부(educational aspirations) 사이에 개입하는 강력한 매개변인임이 밝혀졌다. 부모의 격려는 비교적 지능검사 점수가 높고 상류층 가정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교육포부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었다. 한편, 포터(Porter, 1976)는 의미 있는 타인의 기대와 후원이 학업성취와 직업적 열망에 영향을 직접 주는 강력한 힘이 된다는 것이 모든 집단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것은 백인들에게나 해당할 뿐이며 흑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백인들의 경우는 야망을 키워 주어 학업성취를 높여주는 데 비해, 흑인들의 경우 의미 있는 타인의 영향은 순응성을 길로 주는 것일 뿐이다 더구나 백인들에게 있어 의미 있는 타인의 후원은 격려와 역할 모범의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계급적 양상을 띤 후원과 연줄을 통해서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칭을 해 주거나 특급 정보를 줄 수 있으며, '당겨 주고 밀어줄 수'도 있다.
스탠턴-살라자와 돈부쉬(Stanton-Salazar & Dornbusch, 1995)의 연줄모형에서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개념을 사용하여 학생의 교육 및 직업에 대한 기대와 목표가 학업성취에, 그리고 제도적 권위를 가진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여기서 사회적 자본은 제도적 후원과 필요한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말한다. 그들의 논의는 다음의 네 가지 명제로 표현될 수 있다. 첫째, 사회적 자본의 획득과 축적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달려있다. 둘째, 사회적 자본의 수준은 문화적 자본의 획득과 연관되어 있다. 셋째,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은 정보망에 있어 더 많은 사회적 자본을 가지고 있다. 넷째, 교육과 직업에 대한 포부 수준이 높은 학생들은 보다 많은 사회적 자본을 지니고 있다. 그들의 연구는 제도적 권위를 지닌 사람과 맺어진 연줄이 교육 성취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시사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직업 획득과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지는 밝혀 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연줄을 학교 기관 속에서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사나 친구로 국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업 획득 과정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과연 학교 교육이 직업성취에 미치는 효과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같을까? 노동시장 분단론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왜 그럴까? 노동시장이 동질적이지 않고 분단되어 있으며 인적 특성에 따라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노동시장이 분단되어 있어 임금 결정 과정이 노동시장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노동 시장별로 학력이 직업적 성취에 미치는 효과는 달라진다. 노동시장 분단론자들은 노동시장이 동질적이고 경쟁적이라는 기능주의론자들의 가설이 잘못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가설과는 달리 실제에서는 노동시장이 분단되어 있고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임금 결정 메커니즘이 생산성뿐만 아니라 회사조직의 크기, 산업부문, 이중 노동시장 등과 같은 구조적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교육의 임금 결정 효과도 노동시장의 어느 곳에서 일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노동자의 성, 계급, 인종, 출신 지역과 같은 인적 특성에 따라 차별이 존재하며, 교육의 임금 결정 효과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계급적 특성에 따라 교육투자 수익률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교육투자 수익률은 자본계급과 화이트칼라 노동계급 출신자에게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행상이나 일용노동자 같은 최저 수준의 노동계급 출신자는 최하의 교육투자 수익률을 보였다. 교육은 또한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노동자에게 각기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신중산계급은 노동계급에 비해서 교육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두 배 이상의 수입을 얻었다. 요컨대, 계급은 개인의 수입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노동시장 분단론자들은 사회이동에 있어 개개인의 학력 수준만을 중시하는 기능주의 학자들과는 달리 노동시장의 구조적 분단과 그에 따른 기회구조의 차이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교육과 사회이동 간의 관계에 대해서 더욱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또한 사람들의 인적 특성에 따라서 성취기회가 구조적으로 차별화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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