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의 영역과 기능 - 진로지도

진로지도는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생활지도의 중요한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진로지도는 단순히 직업을 소개해 주는 활동을 넘어선다. 진로는 단순히 직업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직업을 포함해서 개인이 일생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를 의미하는 종합적 개념이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형성되는 진로 의식은 교육학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개인의 삶의 약 반은 일로 채워지는데, 이 일과 관련하여 성장기에 형성된 개념은 그가 성인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고 그 직업을 만족스럽게 수행할지의 여부를 결정해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진로 의식의 핵심 요소 중에는 직업 흥미, 진로 가치관, 의사결정 능력, 자기 효능감 등이 있다. 직업 흥미란 어떤 분야 혹은 어떤 직업에 더 관심을 느끼는지, 더 흥미를 가지고 관련 활동을 하는지, 어떤 활동에 더 적성을 느끼는지 등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직업 흥미와 관련해서는 홀랜드(J. L. Holland)의 이론이 대표적 이론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직업 흥미가 일과 관련된 성격과 관련 깊다고 보면서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직업 성격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 실제적(realistic) 성격 : 기계나 전기 등에 대한 흥미가 많은 대신에 사회성이 필요한 상황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현실적' 성격이라고도 부른다.
• 탐구적(investigative) 성격 : 과학적 탐구와 분석에 흥미를 보이는 대신 사회성이 요구되는 활동을 피하며 논리적이다.
• 예술적(artistic) 성격 : 작가, 디자이너 등 창조적인 활동을 추구한다. 관습적인 직업은 회피하고 자유로운 직업을 원한다.
• 사회적(social) 성격 : 사람을 많이 대하는 직업을 추구한다. 사람을 돕고 가르치는 일에 흥미가 많다.
• 기업가적(enterprising) 성격 : 영업, 경영 등에 관심이 많고 기획 업무를 좋아한다. 경제 분야나 정치 분야에 관심이 많다.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은 멀리하려고 하며 '진취적' 성격이라고도 부른다.
• 관습적(conventional) 성격 : 규정과 관습에 충실한 직업을 선호한다. 창의적인 것, 예술적인 성향, 자유분방한 활동을 불편해하는 편이다.

개인은 일반적으로 이 여섯 가지 흥미 영역 중 일부는 더 발달시키고 일부는 덜 발달시킨다. 그래서 자신의 흥미 분야를 발견하고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찾도록 하는 것이 진로지도의 기본적인 전략이다. 진로 가치관 역시 진로 의식 발달의 핵심 개념이다. 흔히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하지만 직업과 관련하여 자신이 선호하는 가치가 있게 마련이다. 직업 가치에는 돈, 명예, 사회적 지위나 인식 등의 외형적 가치 요소와 일의 보람, 자기만족, 자아실현 등의 내부적 가치 요소가 있다. 개인에 따라서는 외형적 가치를 많이 추구하는 반면에 내부적 가치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 외형적 가치와 내부적 가치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그런 경우는 흔치 않으므로, 직업 가치는 취사선택하거나 타협해야 하는 상황이 주로 발생한다. 생활지도로써의 진로지도는 학생 자신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가치를 덜 추구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진로 교육의 학교급별 목표는, 먼저 초등학교에서는 진로 인식과 적응 단계이며 중학교에서는 진로를 탐색하는 단계를 지나 고등학교에서는 진로 준비 단계를 목표로 한다. 진로 교육은 자아 이해, 일의 세계(일의 개념, 직업의 개념, 직업의 종류와 구조 등), 일에 대한 긍정적 태도, 의사결정 능력, 인간관계 기술, 일과 직업의 경제적 측면 이해, 일과 직업의 교육적 측면 이해 등이 있다. 학교에서의 진로지도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형태는 자기 탐색과 발견을 위한 것이다. 직업 흥미, 진로 가치관 등을 탐색하는 것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자신의 흥미, 적성, 가치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만 불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가능성을 줄일 수가 있다. 진로지도 프로그램의 두 번째 형태는 직업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다. 학생이 아무리 자기 적성, 흥미, 가치관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세상의 직업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면 정확한 직업 선택을 할 수가 없음은 자명하다. 현대사회는 수만 종의 직업이 존재한다. 그뿐 아니라 많은 직업이 사라지며 많은 직업이 새로 등장한다. 직업의 종류와 각 직업이 하는 일, 그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에 관해서 미리 알게 하는 것은 중요한 진로지도의 주요 목표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직업 사전을 출판하고 있다. 진로지도 프로그램의 세 번째 형태는 취업 기술의 배양을 위한 것이다. 학생이 아무리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직업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국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이 부족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취업하기 위해서는 구인 정보를 입수할 줄 알아야 하고, 취업에 필요한 절차인 이력서 등 서류 준비 및 면접 등을 거쳐야 한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이런 경우는 주로 취업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진로지도는 위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므로 학교에서는 장기간의 진로지도 계획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