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평생교육은 학교 교육제도 외부에서 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실천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성인교육은 주로 농민, 노동자 등 학령기에 학교 교육으로부터 배제되었던 집단을 대상으로 삼았다. 덴마크의 목사이자 사회개혁가이던 그룬트비히(N. F S. Grundtvig, 1783~1872)가 시작한 국민대학(Folk High School)은 북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영국에서도 앨버트 맨스브리지(Albert Mansbridge)에 의한 1903년 노동자들을 위한 고등교육연합(Association to Promote the Higher Education of Working Men)이 1905년 노동자교육연합(Workers Educational Association: WEA)으로 명칭을 바꾸고 교육 기회를 놓친 성인들을 대상으로 고등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서구 사회의 성인교육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가 재건과정에서 더욱 강조되었다. 서구 성인교육은 학교 교육제도 외부에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전개되면서 비판적 성향의 민중교육(popular education) 전통을 형성했다. 이 전통은 브라질의 파울로 프레이리(Paolo Freire)가 농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문해교육과 의식화 교육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레이리는 주어진 지식을 전달받는 은행저금식 교육이 아니라 지배체제의 질서에 저항하는 문제제기식 교육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며 성인교육의 비판적 전통 확립에 큰 공헌을 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에 성인교육이 크게 공헌했다. 미국 테네시주의 하이랜더 연구 교육센터(Highlander Research and Education Center)는 미국 남부의 흑인 문해교육 교사 양성은 물론 마틴 루서 킹(Martin Luther King) 목사를 비롯한 인권운동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통해 인권운동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 학교 밖 교육을 중심으로 한 성인교육의 전개는 학교 교육의 한계와 문제를 지적하는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사회 저변의 학습자원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을 역설한 탈학교 사회론과도 맥락을 공유한다. 평생교육 논의를 본격화하는 데는 유네스코가 큰 역할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11월에 창립된 유네스코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 지배로부터 벗어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신생국들을 위해 '교육하는 것이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것(to education is to liberate)'이라는 구호 아래 문해교육을 최우선 사업으로 삼았다. 유네스코는 1949년 이래 매 12~13년을 주기로 회원국의 정부 간 공식 회의체로써 세계 성인교육 회의를 개최해 왔다. 세계 성인교육 회의는 국가별로 성인교육의 상황을 점검하고 이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되었다. 1949년 덴마크 엘시뇨와 1960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1차와 2차 회의에서는 전후 세계의 재건을 위한 과제들이 주로 논의되었다. 1972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는 "통합적 평생교육 체제(integrated lifelong education systems) 속에서 모든 연령층의 교육 기회 확장이 긴요함을 인식하여 본 회의는 다음 사항을 합의한다."로 시작하는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다. 영아기에서 노년기까지의 전체 교육을 통합하는 평생교육이라는 개념을 확립하고, 성인교육이 평생교육 체제에서 필수적인 지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유네스코가 1970년을 '세계 교육의 해'로 선언하고 그 기본 이념으로 평생교육을 제창한 것과 연장선에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 교육의 해' 사업의 일환으로 에드가포르(Edgar Faure)를 위원장으로 하는 교육발전국제위원회를 조직해 연구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1972년 제출된 보고서가 『존재하기 위한 학습』으로 알려진 포르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21개 항목의 건의를 담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모든 국가는 평생교육을 교육정책의 기본 개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쿄 회의 이후 세계 각국은 성인교육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국가 단위의 성인교육 추진 기구를 만들었다. 성인교육 관련 최대 국제 민간단체인 국제성인 교육협회(International Council for Adult Education)가 도쿄 회의 참석자들에 의해 발의되어 1973년 결성되기도 했다. 국제성인 교육협회는 198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4차 회의에서 '학습권(the right to learn)' 선언을 제출했는데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학습권 선언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쳐 1997년 제정된 교육기본법 제3조에 포함되었다. 유네스코는 1996년 자크 들로르(Jacque Delors)를 위원장으로 하는 21세기 교육위원회를 구성해 『학습: 감추어진 보물(Learning: The Treasure Within』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21세기를 준비하는 네 가지의 학습, 즉 알기 위한 학습, 행동하기 위한 학습, 존재하기 위한 학습, 함께 살기 위한 학습을 제시했다. 유네스코는 1997년 독일 함부르크와 2009년 브라질 벨렘에서 각각 '21세기의 열쇠가 되는 성인교육'과 '실행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삶과 학습: 성인 학습의 힘'이라는 주제하에 5차와 6차 세계 성인교육 회의를 열었다. 이 두 회의에는 이전 회의와는 달리 각국의 정부 대표자 외에도 비정부기구와 국제 민간단체 관계자들도 대거 참가해 변화하는 시대의 성인교육 역할에 대한 실천적 논의를 함께했다. 서구 평생교육 논의 발전의 다른 한 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orld Bank)이다. OECD는 유네스코의 포르 보고서 발행 다음 해인 1973년에 『순환 교육: 평생학습을 위한 전략(Recurrent Education: A Strategy for Lifelong Learning)』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포르 보고서가 학교 교육을 포함한 평생교육 개념을 제안한 것과 달리 학교 교육 이후 단계에서 어떻게 직업 활동과 교육활동 양쪽에 순환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는 순환 교육 개념을 제시했다. OECD는 유네스코가 자크 들로르 보고서를 내던 1996년에는 『만인을 위한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 for All)』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식기반 경제의 도래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인구 노령화 등 전 지구적인 사회경제적 변화 속에서 평생학습 기회를 지속해서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경제정책, 빈곤 감소 등의 분야에서 저개발 국가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2003년에는 『지구 지식경제에서의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 in the Global Knowledge Economy)』 이라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는 서문에 "평생학습은 지식경제를 위한 교육"이라며 경제발전을 위한 평생학습의 역할에 주목했다. OECD와 세계은행은 유네스코가 전인적인 자아실현 등에 주목하는 것과는 달리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직업능력 신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두 기관은 모두 기존의 학교 중심 교육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유네스코의 평생교육 이념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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