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격동과 변화, 혁신의 시대였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과 과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사회적으로는 변화와 안정, 진보적 이념과 보수적 이념, 자유와 전통 간의 대결과 경쟁 구도가 끊임없이 반복된 시대였다. 이러한 배경하에 20세기 전반의 교육철학의 경향은 진보적인 교육사조인 진보주의와 보수적인 교육사조인 항존주의 및 본질주의 간의 경쟁으로 요약된다.
먼저 진보주의는 교육에서 권위를 불신하고 교육적 관심의 중심으로 개별 아동을 강조하는 교육적 이념이다. 대표적인 사상가로는 루소, 페스탈로치, 프뢰벨, 몬테소리 등으로 이들은 진보주의 교육사상을 일찍이 옹호하고 발전시켰다. 미국에서는 1918년 전통주의 교육관을 비판하며 듀이의 경험이론에 기초한 것으로 알려진 아동 중심 교육관을 슬로건으로 하여 진보주의 교육학회가 창립된다. 미국에서의 진보주의는 하나의 통일된 교육 운동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르고 심지어 충돌하는 목소리를 가진 다양한 이론과 정책, 프로그램들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이전의 학교 교육은 성인의 기준에 따라 아이를 재단하고 맞추려는 양상을 보였는데 진보주의 교육 운동은 이러한 교육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진보주의 교육운동가들은 지식의 객관성과 확실성을 부정하며 아동의 흥미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사회의 재건을 목표로 학교 교육을 재구성하였으며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으로써 일상적 삶의 요구와 관련하여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는데, 이는 인간을 매우 복잡한 물질적 유기체로 본 자유주의적 인간관에 기초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을 자연의 모든 힘에 종속된 진화적 과정을 거쳐 생물학적 단계에서 심리적 단계, 그리고 사회적 단계인 가장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실재에 대한 진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삶의 살아가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검증된 주장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에 실재에 대한 일반적 이론은 불가능하다고 간주하였다. 진보주의 관점에서 학교 교육은 인간을 사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에서 사회적인 관계로 끌어올려 능동적 주체가 되도록 하여 책임감 있고 공동체에 유용한 구성원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진보주의 교육은 가난과 빈곤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진 정치적 교육 운동으로서 교육을 사회개혁을 위한 정치적 활동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나친 열정과 정치적 슬로건으로 구체적 교육 방법이나 교육적 이론의 뒷받침이 없는 학교 현장 중심의 사회운동에 그친 경향이 있다. 그 이념이 지나치게 당파적이거나 급진적으로 들렸기 때문에 시민과 학교 현장의 교사들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을 뿐, 미국의 대학교나 교육학자들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진보주의 교육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향력을 잃다가 1970년대 이후 '재개념주의' 운동으로 불리는 미국의 교육과정학자들의 주장 속에서 듀이의 진보주의 교육 정신이 되살아나기 시작하였고, 1980년대에 철학의 신실용주의와 심리학의 구성주의 대두와 함께 이론적 관심이 고조되며 가치가 재조명되는 추세에 있다.
두 번째 항존주의는 1930년대와 1940년대에 '허친스'와 '아들러' 등이 미국 사회의 진보주의 교육 운동에 대항할 때 등장한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교육철학 이념이다. 항존주의는 진보주의가 가정하는 인간을 고도로 복잡한 물질적 유기체로 보는 관점인 자연주의와 반지성주의에 반대한다. 관념론을 철학적 기반으로 삼고 종교적 세계관과 관련이 깊으며 시대적 대세 속에서 인간을 본질적으로 영적인 존재로 볼 뿐만 아니라 실재를 영적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교육의 세속화에 반대하고 형이상학과 신학이 고등교육 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학습에 도움이 되는 환경이나 학습자의 신체적 능력에 대해 무관심하였으며 학습심리학이나 학습생리학이 처방하는 교육적 방법 대신에 엄격한 훈육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교육의 내용은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문화유산에서 선정되어야 하며 권위주의적 도덕규범과 지적 수월성, 사회적 미덕을 강조하였다. 항존주의 교육이념은 자유와 평등을 이상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이념에서는 학교 교육의 실제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가 되기 어려우나 거시적이고 역사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념으로 수용될 수 있다.
세 번째는 본질주의이다. 본질주의는 미국에서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진보주의 교육을 비판하며 항존주의와 함께 등장한 교육사조다. 종교보다는 이성에 기초한 도덕적 명제를 포함하며 철학적 이념에서 실재론과 가깝다. 기본적으로 본질주의는 진보주의 교육에 반대하지만 강조한 교육자의 흥미와 개인주의적 자유는 여전히 강조한다. 그러나 훈육, 권위, 진리, 전통을 무시하는 진보주의 교육에 대하여 비판적이다. 이런 점으로 보아 본질주의는 진보주의와 항존주의 사이의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본질주의는 전통적 교육을 옹호하되 학교 교육을 위하여 교육 방법의 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학생이 교육적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하는 교수 방법을 개발하려 노력하였으며, 이를 위해 교사 교육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질주의 교육의 목적은 문화전수다. 물리적 세계와 사회적 세계를 지배하는 자연적 법칙을 발견하고 가르치며 알게 된 세계에 대해 우리의 관계를 파악하여 그 질서에 맞추고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교사는 이러한 지식을 잘 알고 가르치는 일을 하며 아이들은 삶에 필요한 지식을 배워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본질주의에 따르면 학교는 생활의 모든 면에서 최상의 표준에 도달하기 위한 능력인 수월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데, 이에 따르면 훈육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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